10년만에 시행된 점자개정안,기존규정이 더 나아
by 관리자 posted Feb 14, 2016
10년만에 시행된 점자개정안,기존규정이 더 나아
국립국어원?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3일 ‘한국점자규정 개정안 공청회'
중복 사용 방지로 해석 혼돈 막아 vs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점자 규정은 1997년에 제정된 이후 2006년 제1차 개정된 것으로,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에 따라 생성되거나 퇴화되는 다양한 문자들에 대해 점자 규정도 개정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다년간의 연구 끝에 국립국어원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3일‘한국점자규정 개정안 공청회’에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그간 진행돼 온 한글과 외국어 점자, 수학?과학?컴퓨터 점자, 음악 점자 개정안에 대해 다루면서 점자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라 예상했지만 시각장애계에서는 찬반으로 엇갈리는 의견이 표명됐고 공청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시각장애인들도 만족스럽지 못한 내색을 비췄다.
현재 점자규정은 하나의 점형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사용돼 점자를 표기하는 데 혼동을 준다는 것이 점자 학습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현행 규정의 내용과 그에 따른 예시가 적절하지 않거나 잘못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출판과 인쇄 환경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현행 규정에 대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연구하고 지난해 전자규범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개정안을 발표하게 됐다.
김호식 한글과 외국어 분과 위원장은 “먼저 동일한 점형을 중복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혼동과 예외 규정이 최소화 된다”며 “예를 들면 ‘쌍받침 ㅆ’을 3점, 3점으로 표기하고, 모음자에 모음 ‘예’가 이어 나올 때에는 그 사이에 붙임표를 적는 조항을 삭제토록 했다”고 밝혔다. 즉 현재는 쌍받침을 약자로 3~4점으로 하나로 표기했다면, 개정안은 쌍받침을 약자로 표기하지 않고 모두 살려 3점, 3점 두 개로 표기하는 것이다. 또한 “‘성, 썽, 정, 쩡, 청’을 표기할 때 ‘영’ 약자를 ‘엉’ 약자로 사용하는 조항을 삭제해 1-2-4-5-6점은 ‘영’ 약자로만 사용하도록 했다”며 점자 사용자가 해석에 혼돈이 생길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기존에 소괄호는 여는 괄호, 닫는괄호 구분 없이 같은 표기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점자 이용자들이 괄호의 여닫음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읽기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어 여는괄호와 닫는괄호를 구분했다”고 말했다.
허병훈 서울맹학교 교사는 “쌍시옷 받침 약자와 엉 약자 폐지에 동의한다. 점자를 처음 배우는 학습자에게 혼란을 가져다주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점자가 익히기 어려운 문자 체계가 아니라 규칙이 명쾌한 문자 체계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묵자에 관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묵자 도서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호를 모두 점자규정에서 제정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므로 점역자가 적절한 점형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점자규정에서 기호 점역 원칙과 점형 목록을 제공함으로써 무질서하게 점형이 사용되는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말에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의견을 내비췄다.
하지만 이에 안익태 부산 점자도서관 사무국장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안 사무국장은 “점자쓰기에서 쌍받침 ‘ㅆ’의 표기가 기존 한 칸에서 두 칸으로 늘어나면, 이에따라 입력속도가 늘어나고, 기존 점자에 익숙한 사람들이 초성을 잘못쓰거나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점자의 특성상 중복사용이 불가피하다. 한글맞춤법도 많은 예외가 존재한다. 예외를 인정하면서 점자사용자가 충분히 점자를 읽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개정안은 묵자와의 통일성에 초점을 맞춰, 묵자와 다른 점자 예외조항이 많이 삭제돼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췄다.
토론 후 질의응답시간에 질문하는 시각장애인
공청회에 참석한 시각장애인들도 “약어와 약자의 활용으로 비장애인과 같이 속독이 가능해야하는 반면 현 개정안은 점자책의 부피나 속독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거리가 있다”며 “이번 개정안에는 묵자와 통일성만을 강조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 개정을 하지 않는 쪽이 더 낫다"는 아쉬움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위원회는 “한국점자규정이 최종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최대한 만족할 수 있고 점자 사용자가 읽고 쓰기 편한 점자규정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음악점자 개정안과 수학?컴퓨터 개정안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이상재 음악전자분과 위원장은 “한국음악점자규정은 1825년 서양음악점자의 국제기준을 따르면서 변화를 수용하고 점자악보 제작에 적용해왔으나, '06년 규정은 해설의 정확성이나 문장구성, 예시, 상세설명 부분에서 다소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양음악 점자를 사용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전문가 2명과 현장에서 서양음악점자를 제작하는 실무자 3명이 수개
월간 개별 연구와 전체 회의를 통해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요 개정내용은 하모니카 악보 신설, 국악악보 점자 추가 대중음악에 널리 사용되는 코드 기재법 신설 등이다.
이 위원장은 “설명이 불충분한 규정은 상세 설명과 예시를 더해 정확성을 확보했고, 잘못된 부분은 국제 규정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위원들이 수차례 논의해 변경했으며, 국제 규정에는 있으나 한국점자규정에서는 누락돼 있었던 조표 기재법과 코드 표기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수학점자개정안은 점자의 정확성, 일관성, 연관성에 초점을 맞췄다.
박성수 수학·과학·컴퓨터 점자분과 위원장은 “기존의 수학점자가 묵자와 일치되지 않아, 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묵자를 사용하는 사람과 점자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에 수학점자는 묵자와의 일치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또한 컴퓨터는 기존 MS-DOS, 코벌, 포트란 등에 관련된 예문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언어 또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예문으로 교체했다.
이유정
jenny1804@bokjinews.net
출처-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