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치세력화, 비례대표가 지향점 되면 안돼
by 관리자 posted Jun 10, 2016
장애인 정치세력화, 비례대표가 지향점 되면 안돼
정책 역량강화시기로 신속히 전환해야
장애계에 입지전적인 수퍼 장애인을 VS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하고 일반시민이 필요
20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47명이 나왔다. 새누리당 17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3명, 정의당 4명이 당선됐지만 그 중에 장애계 비례대표는 1명도 없다. 새누리당에 28명,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에도 각각 10여명 등 총 50여명의 장애계 인사들이 출사표를 냈지만, 그 중 장애인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이종명 전 육군대령 1명이 유일하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종명 의원을 장애계 비례대표라고 주장하지만, 장애단체들은 군인출신으로 장애계 대표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20대 총선 개원일에 맞춰 장애계 비례대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에서는 왜 각 정당에서 이를 외면했는지, 그렇다면 앞으로 장애계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31일 ‘장애인 정치참여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 토론회에서 살펴봤다.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변호사는 20대 총선에서 장애계의 미진출 원인으로 ▲비례대표 수의 절대적 감소, ▲20대 총선만의 특수한 선거상황, ▲기존 의원들에 대한 박한 평가, ▲시대 흐름에 따른 비례대표 후보군의 변화를 들었다.
이상훈 변호사는 “20대 총선에서 장애계 비례대표를 외면한 정치권의 무감각에 대해서는 비난해야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의 입법 의정활동의 성과물을 실제 생활에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점검할 시점이고 이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교하게 설정하는 역량강화 시기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 주위에는 장애인 운동에 관심을 갖고있는 열정있는 시민사회 단체들과 전문가들이 꽤 많다. 얼마 전 통과한 정신보건 법도 제가 근무하는 센터에서 정신장애 문제에 관심을 가진 변호사가 열의를 가지고 참여했고 진일보한 법안 개정이라고 평가한다. 지금은 시민사회 조직들과의 연대에 각별히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의 태미 덕워스를 예로 들며 “미국에서는 태미 덕워스 이외에 많은 장애인 의원들이 있고, 행정부 요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료들도 많다. 언론 노출이 맣ㄴ은 이들이 비장애인이 할 수 없는 많은 전문적인 일들을 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인겹을 없애 나가는 것이다”라며 “우리나라는 장애계에서 비장애인도 수긍할만한 인물이 너무 부족하다. 우리에게도 한국판 태미 덕워스가 있어야 비례대표든 뭐든 정치계에 수혈을 할 수 있다. 어떻게 한국판 태미 덕워스를 길러낼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태미 덕워스는 타이계 여성으로 2004년 이라크 전투 현장에 헬리콥터 조종사로 파견됐다가 로켓탄이 자신이 몰고 있던 헬기의 조종석을 격추해 두 다리를 잃고 오른팔에도 장애를 입었다. 태미 덕워스는 2009년 오바마 정부 때 연방 보훈부 차관보로 지명된 후, 2012년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 후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한 후 2016년 하반기에 있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이 변호사는 “정치구조와 제도적 변화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끌어 내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비례대표의 절대적 수가 증가하지 않는 이상 장애계 비례대표를 주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비례대표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성숙돼 있기 때문에 비록, 선거구는 확정됐지만 장애계는 다른 직능단체들과 협업해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는 정치적 압박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샌터 소장은 이 변호사의 의견에 동의하며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 정치적 강자가 돼야 한다. 그저 구호가 아닌 한국 장애운동이 그러했듯이 실천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영석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은 정당활동을 통해 답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19대 의원들은 입법이나 예산, 정부와 장애인단체들과의 조율과 같이 개개인이 처한 곳에서 최선을 다했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하지만 의정활동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장애계와 교감을 이루진 못했던 것 같다. 정당에서 장애관련 정책 활동을 통해 그 정책이 당 차원에서 실질적인 장애인 공약이든 당 안에서 장애문제를 다루는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며 “4년이라는 시간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장애계와 장애인당사자에게는 굉장히 길다. 장애계가 힘을 모아 기존의 정치참여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참여, 사회적 소수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희망의 정치참여를 보여줘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정지영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이 변호사의 20대 총선 평가와 대응방향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19대 장애계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와 장애계 인물론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20대 국회에 장애계의원이 진출하지 못한 원인으로서 기존 장애계 비례대표의원에 대한 박한 평가라기 보단 정치권에 장애인당사자로서의 성과를 어필하지 못했거나, 장애인 당사자의원에 대한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공감할 수 있는 장애계의 인물이 있는가 생각해봐야한다. 수퍼맨처럼 많은 일을 수행해내는 스토리 있는 장애계의 인물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을지라도 평범하고 일반시민과 다를 바 없는 권리를 추구하는 장애인당사자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는 것을 국내외 사례를 통해 우리는 그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기에 아무리 대중적인 장애인물의 필요성이 급하다 하더라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며 “장애인 지적 정치활동에 대한 준비를 하기 위해 장애아젠다를 연구하고 정치적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정치학교, 기존의원들에 대한 정책공약 이행 평가와 의정활동 평가기준을 만들어내 생활정치 실현을 위한 유권자 운동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유정
bj302@bokjinews.com
출처-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