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협회 설립 관련 잘못된 기사에 대한 입장
by 관리자 posted Aug 07, 2016
청각장애인협회 설립 관련 잘못된 기사에 대한 입장
잘못된 언론 기사에 대한 한국농아인협회 입장
본회는 전국 30만 농인(청각·언어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 실현을 목적으로 1946년 설립된 단체로 17개 시·도협회와 195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이다.
최근 일부 청각장애인들에 의해 진행되는 “청각장애인협회 법인화”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일방적인 주장의 기고문을 그대로 싣는 등의 문제가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본회가 이러한 입장을 내는 것은 언론을 통하여 잘못된 정보와 일방적인 주장이 지속적으로 전달된다면, 청각장애인들만이 아니라 정부 관계자 및 정치인들에게 혼란을 주고, 결국 청각장애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장을 밝히며, 일부 언론의 기사와 같이 본회가 일부 청각장애인만을 위한 단체가 아님을 알리고자 한다.
일부 기고문과 인터뷰 등 기사를 통하여 제시되고 있는 통계에 문제가 있다. 농아인의 인구가 6%밖에 안 되며, 수화사용 인구도 8%밖에 안 되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 등으로 통하여 나온 통계들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농아인 인구 6%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농아인’에 대한 정의에 따라 통계가 달라진다. 과거 ‘농아인’은 ‘듣지 못하고 말을 못하는 사람’으로, ‘비하적인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 권리가 향상되면서 장애인의 문제를 사회와 환경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시점부터 장애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외국에서는 수화를 독립된 언어로 인정하고, 청각장인은 ‘듣지 못하는 병신’이 아니라 ‘특성을 가진 사람’, ‘자부심이 있는 장애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의 용어 ‘deaf’가 ‘자부심이 있는 청각장애인(또는 집단)’을 뜻하는 ‘Deaf’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Deaf’를 ‘농아인(농인)’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참고로, 한국농아인협회는 이러한 국제흐름을 존중하면서, 한국의 법체계를 따르기 위해 ‘한국청각장애인협회’ 등으로 명칭 변경을 고민하고 있음.
첫째, 최근 흐름으로 농아인의 통계를 내기 쉽지 않다.
국제적 흐름에 입각해 농아인 인구를 산정한다면 수화만을 사용하는 이들만 ‘농아인’이라 할 수 없다. 구화를 하는 이들 가운데에서도 장애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이 뚜렷하다면 농아인으로 포함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농아인의 인구는 많아진다. 즉, 장애인등급에 따라 농아인(중증, 난청)인지를 구분해왔지만 지금은 이러한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더욱이 2017년부터 장애인 등급이 개편되면서 청력손실의 인구수는 늘어날 것이며 농아인(중증), 난청인(경증)의 통계를 내기는 쉽지 않다.
둘째, 농아인 인구 6% 통계는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6%” 통계가 오류라는 것을 장애인등록 인구(보건복지부, 2014)를 통하여 말하겠다. 2014년 등록 청각·언어장애인 가운데 농아인(물리적 구분)에 해당하는 중증난청인은 104,148명으로 등록 청각장애인 인구의 38.4%다. 4-6급의 경증은 166,944명으로 61.6%다. 즉, 농아인에 해당하는 중증난청인은 전체 등록 청각·언어장애인의 38.4%로 일부 기사에서 주장하는 6%라는 통계와 전혀 다르다.
※ 중증청각장애인 38.4%, 경증청각장애인 61.6%(농아인 6% 주장은 잘못됨)
수화사용 인구 8% 통계는 신뢰하기 어렵다.
일부 언론에서 수화사용이 8%이고, 말과 구화 등 사용자가 92%이므로 농아인은 8%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장애인실태조사(보건사회연구원. 2014) 자료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계를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첫째, 통계에 따라 수화사용자가 많은 경우도 있다.
2009년 “청각장애인의 언어사용 실태 자료(국립국어원, 한국농아인협회)”를 보면 조사대상 1,300명 가운데 78.7%(신뢰수준 ±2.72, 95%)가 자신의 의사를 수화로 표현할 줄 안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은 전국의 수화통역센터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이 참여한 통계이므로 일부 편중될 수 있다. 하지만 참여한 청각장애인 가운데 난청인도 있다. 즉, 이 통계는 일부 언론 기사에서 주장하는 수화사용 인구 8%보다 상당히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수화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조사에 따라 수화인구가 달라 수화자 8% 통계는 신뢰하기 힘듬
둘째, 실태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
청각장애인이 있는 집안에서 가족들이 수화사용을 꺼린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이 집안에서는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즉, 청각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자녀의 수화사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태조사에서도 알 수 있는데, “청각장애인의 언어사용 실태 자료(2009)”에서 참여자의 53.8%가 친구를 통해 수화를 배웠고 가정에서 수화를 배운 경우는 3.7%에 불과하다. 오히려 음성언어(말)를 가정에서 배운 경우가 37.7%로 수화 습득과 많은 차이가 난다.
즉, 이러한 상황에서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사원이 가정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였다면 당연히 조사에 오류가 생겨 통계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언론에서 인용되고 있는 8% 통계는 청각장애인의 실태를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조사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조사원도 거의 없어 통계에 오류가 생긴 것으로 보여짐
일부 언론에 기사 등으로 올라온 내용을 보면 잘못된 정보들로 독자들이 오해를 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농아인은 말을 못하고 수화만 사용한다.’, ‘한국농아인협회는 난청인을 차별한다.’, ‘한국농아인협회에는 난청인 회원 거의 없다.’ 등이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정보이며,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
말(음성)과 수화를 사용하는 농아인이 많다.
농아인은 수화만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과거에는 언어교육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의무교육 제도가 도입이 되고 복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특수학교에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대부분의 청각장애 학생들이 교육받는다. 즉, 청각장애인 중에는 언어 구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화를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 말을 할 줄 하는 청각장애인이 많다.
그리고 음성언어로 생활하다가 중도에 장애가 생겨 농아인이 된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이 경우 말과 수화를 같이 사용한다.
수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수화를 배우지 못하고 자라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농아인 친구와 어울리기 위하여 수화를 배우는 경우가 있다. 또한 상대의 입술을 읽으며 대화하는 ‘구화’에 한계를 느껴 수화를 뒤늦게 배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청각장애인들도 구화와 함께 수화를 사용한다.
농아인협회는 난청인을 차별하지 않으며, 난청인은 물론 와우 수술한 회원들도 있다.
첫째, 농아인협회에 이미 난청인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난청인 회원이 상당수 있는 지역은 서울 강북구지부, 도봉구지부, 성북구지부이며, 경기도 과천시지부, 부천시지부, 하남시지부, 의왕시지부다.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정밀한 파악이 필요하나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난청인 회원이 상당히 많다.
특히 구화를 주된 언어로 사용하는 난청인이 지역의 한국농아인협회 지부장이나 수화통역센터장을 맡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의 서초구지부(센터)장, 경기도의 과천시지부(센터)장. 포천시지부(센터)장, 충청남도의 태안시지부(센터)장, 경상북도의 경주시지부(센터)장 등이다.
나. 농아인협회는 차별 없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의 단체 명칭이 ‘농아인’ 이지만 ‘농’이나 ‘난청인’ 관계없이 평등한 지원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수화 중심의 ‘농인’을 위한 수화통역 지원만이 아니라 수화와 구화를 병행 사용하는 ‘난청인’을 위한 자막방송 확대, FM보청기 등 보장구 확대, 행사 자막지원, 대필 지원 등 의사소통 지원을 비롯하여 관련 정책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인공와우만이 아니라 수화, 구화 등을 청각장애인들에게 올바르게 알려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구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화가 필요한 청각장애인 아동은 아동기부터 수화를 사용하도록 하고, 구화가 필요한 아동은 구화를 사용하면서 필요한 경우 보조적으로 수화를 사용할 수 있는 이중언어 환경이 올바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아인협회는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외부 단체에 기대기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청각장애인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가. 000장애인단체 등이 동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부 기사에서 지체000협회, 시각000협회가 청각장애인협회 설립에 동의를 하고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본 협회가 파악한 바로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나. 먼저 청각장애인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청각장애인이 아닌 다른 장애인들에게 무조건 의존하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의 역사를 보았을 때 지체, 시각 등 다른 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청각장애인들이 많은 소외를 받았다.
그 이유는 소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주적이며 올바른 판단을 할 청각장애인 리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청각장애인들의 잘못 때문은 아니다.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정보의 소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청각장애인들을 올바로 일깨워줄 수 있는 지원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각장애인단체를 설립하기 위하여 초기부터 외부 단체를 등에 업고 활동하려는 것은 청각장애인을 잘 모르고 하는 행동이다. 진정으로 청각장애인 복지를 위한다면 지금 청각장애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불이익을 받고 차별을 받는 청각장애인들이 어떻게 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한국농아인협회
이선애
bj301@bokjinews.com
출처-복지뉴스